대종상 시상식을 위해 무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으로,<8월의크리스마스> 를 위해 전주로, 군산으로... 서울 무주 부산 찍고, 다시 부산 전주 군산찍고, 전국을 누비며 바쁜 한 철을 보내고 있는 한석규를 만났다. 진솔하고 서민적이며, 풋풋한 살내음이 물씬 풍기는 그를 만나 대종상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에 대해, 새 영화의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한창 촬영이 진행중인 현장에서 오랫동안 한석규를 지켜보았다. 촬영 짬짬이 흘러간 팝송이 흥얼거리고, 때론 목적없는 눈길로 먼 산을 지그시 바라보기도 하고, 스태프와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줘도 그냥 이름 석자만을 적는 대신, 자신의 바람과 소망을 저고서, 특히 건강을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는다. '슛'이 들어가도 급히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여유,삶의 여유가 있는 한석규를 바라보는 일은 그래서 즐겁다.
전주 촬영을 마치고 주촬영지인 군산으로 향하는 길에 한석규는 취재 진을 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처천히 차를 몰며, 길을 모르는 취재 진을 위해 군산으로 우릴 인도한 것(사실, 한석규도 길을 몰라 길을 되 돌아오는 해프닝이 있었음). 저녁 노을에 물든 황금빛 가을 들녘을 따라 군산으로 향하는 길은 우리네의넉넉치 못한 현실에 풍요로움을 선사하 고 있었다. 물론 한석규의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한석규에게 서민적이고 진솔한 느낌이 드는 건 이처럼 바라보는 이에 게 푸근함을 주기 때문이리라. 굳이 일상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여유와 배려,, 인간적인 살내음이 가을 평야가 선사하는 풍요로 움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레 다가오는 것이다. 아마도 관객이 종아하는 한석규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아닐까?
잠시 동안의 여유는 군산 현장에 도착하자 소리없이 사라졌고, 다시금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분위기로 바뀌었다. 틈틈이 한석규에게 '말걸 기'를 시작했다.
먼저 축하합니다.얼마전 대종산 시상식에서<초록물고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고맙습니다. 이번 상은 관객 여러분들 덕분에, 관객분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되어 받지 않아싸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은 작품, 새로운 모습으 로 관객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는 작품을 선택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 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영화는 늘 그렇듯이 시나리오를 접하고서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 였습니다. 또 이 여화가 관객들에게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작품 이 되지 않을까 해서 출연 결정을 내렸죠. 맡은 역이 정원이란 인물이지요.
예. 얼마 남지않은 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진사예요.그런데 죽음 을 눈앞에두고 아주 건강하고 밝은 젊은 그 자체인 다림이를 만나죠. 그녀에게서 정은 느끼고, 서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다 죽는 친구입니다. 죽음을 바라보는입장에서 연기해야 하겟군요.
그렇죠. 이 영화는 죽음에 관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다룬 영화입니다. 제가 그려내고 싶은 정원의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사는 것에 대해서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 아니면 살고있는 지금의 중요함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할수 있는그런 인물이 되었으면 해요. 상대역인 심은하씨와는 처음 함께일하는데
심은하씨는 극중에서저와 나이 차이가 있는 젊은 여자로 나오죠. '아저씨, 아저씨'그러거든요. 그래서 사실 둘의 관계는 사랑으로 발전한다기보다는 어떤 정이라고 할까요. 인연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로 발전하는 관계인데, 심은하씨와는 같은 MBC 공채 출신이기도 하고, 호흡도 잘맞아 별 어려움이 없어요. 좋아요. 이번 작품을 포함해 주로 신인감독들과작업해 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건 저한테 신인감독님들과 일하게 될 기회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아 요. 사실, 배우는 감독에게 선택받는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신인감독님 들이 일단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 같고, 지금까까지 우연찮게 작업이 그렇게 진행된 것 같아요. 저 또한 그런 작업이 즐겁구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떻습니까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말보다는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인 것 같아요. 이 작품도 그래서 대개사 그렇게 많지 안하요. 말보다는 침묵, 아니면 대사보다는 포즈, 또 그 사이의 중요함을 놓치지 않는 영 화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출연작을 돌이켜볼때 배역의 캐릭터가 화면에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배역에 몰입하나요.
그래요? 과찬이시죠. 아무튼 전 인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요. 이 작 품에 이 인물이 해내야할 몫. 사는 것도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사람마다 다 각기 다른 특성이 있는데 얼마만큼 잘 표현하면서 살수 있느냐, 그 런거요.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단은 이 야기의 주제예요. 뭐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다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있 는 제 입장에서는 제가 맡은 인물이어떻게 하면 주제에 잘맞는 살아있는 인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이을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죠.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러지만 나름대로 그런 작업에 최선을 다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거 같아요. 그것도 연기 몰입과 관계되는지
(웃음)떠들기도 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그래요. 많이 생각해야죠. 늘 생각해야 될 문제잖아요. 배우라면 이번 작품에서도 제가 맡은 정원은 굉장히 평범한 인물이에요.특출난 인물이 나니죠. 하지만 평범함이라 모든 걸 다 갖추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란 한가지면만 부각되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음양이 있고, 밝음과 어둠 양쪽을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걸 얼마나 조화롭게 표현 해 낼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이 영화의 소재는 죽음이지만 어둡지 않고 밝게 캐릭터를 살리고 싶고, 또 '밝은 죽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보통 일년에 시나리오를 몇 편 정도 받아보는지(항간에는 '모든 시나리오는 한석규로'라는 말이 있던데)
(웃음). 에이 그건 농담삼아 하는 말이구요, 일년에 2,30여편정도 되는 것 같아요.근래의 일이에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예요. 특별히 시나리오를 고를 때 주안점으로 삼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은 앞서 말한대로 무엇을 이야기하느냐, 그리고 이 영화가 완성 됐을 때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느냐. 또 관객들에겐 어떤 의미의 영화가 될 것이냐.그런 점을 많이 고려하죠. 개런티가 2억원대를 넘어가면서 한석규씨가 출연하는 영화는 저절로 저예산 영 화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훌륭한 시나리오와 마음에드는 감독 이 낮은 개런티로 출연 제의를 해오면 개런티를 대폭 삭감해서라도 출연할 의 향이 있는지
(웃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제 욕심은 그거예요. 돈을 적 게 들인 영화에 출연해서 관객들이 많이 보는 영화로 만드는 거 저예산 영화지만 그것을 잘 다듬어서 큰 규모의 영화 못지않게 관객들이 많이 보는 영화. 그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거든요. 아무튼, 아직 저한테는 그 런 경우가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기회가 닿으면 당해봐야 알겠네요.
1박 2일동안 현장에서 틈나는 대로 인터뷰를 하다보니, 어느덧 서울 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다. 중간중간 사담이 오고갔고, 그중에서 한석규 의 유일한 취미인 낚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지금은 바빠서 물고기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그래도 시간나면 혼자서라도 낚시하러 가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궁금증, 결혼에 대해 물어보자." "제가 2년 전 에 한 2-3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그때 결혼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지금이요? 2년 전에 했던 얘길 또 반복 할 수밖에 없네요. 한 2-3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그때 결혼을 생각해 보 겠다고 했는데, 한 2-3년 뒤쯤 생각해 보겠다고" 전날 새벽 3시까지 촬영하느라 노곤함이 채 가시지 않았겠지만, 되려 서울가는 취재진 을 걱정하는 한석규의 모습에선 여전히 인정이 넘치는 따스함이 배어나왔다
- 글 임준택 기자 -
<월간 스크린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