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한석규 보기(2)
 
 
 
  한석규와의 만남...그 결과 보고서.
  
  

 ● 영화속, 영화밖 천의 얼굴, 한석규 ●
 
 그만의 영화읽기 방법
 한석규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한 편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 보는 안목에서 '여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 들어봤다.  
 
 그의 대답은 세가지
 -첫째, 관객들에게 해줄만한 이야기인가.  
 둘째, 상업적이면서도 적당한 시대문화를 가미했는가.  
 마지막으로 나를 공감시키는 이야기인가.

 이것들을 고려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으면  심사숙고해서 출연작품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충무로 사람들은  그를 '시나리오 읽는 남자'라고 부른다.
 
 한석규는 시간 빡빡하지 않고 느긋하게 자기  연구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영화가  
 다른 장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맘에 든 
 연기는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딱 세 번. 
 
 그중에서 막동이가 화장실에서 사람을 죽이고 칼을  물로 씻다가 자기 손까지 
 씻는 장면은 정말 맘에 우러나온 것이었다고.  
 
 그가 꼭 한 번 함께 연기해 보고 싶은 배우는 김희애.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석호'를 연기할 때 그는 아직 초보였다. 
 "요즘도 그때 비디오를 보면 창피할 정도예요.  연기하면서 막 헤매는  나를 
 희애씨가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거든요" 
 이젠 떨지 않고 잘할 자신이 있는데, 그녀가 결혼해서 함께 공연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아무도 몰래 결혼하고 싶다 ●
 
 한석규랑 인터뷰할 때 지켜야 할  불문율이 두가지 있다. 
 가족, 여자친구  얘기 절대 불가.  혹시 뭔가 비화라도 있을까 싶어 궁금했지만, 
 그는 여기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원래 꿈은 성악가였고, 고등학교때 공부는 보통이었지만  시험때 백지를 
 내는  엉뚱한 면도 있었다고  공개.  연기 전공으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야구방망이로 맞으며 연기를 배웠다.  
 
 연극배우 최민식이 당시 그에게 기합을 준  주인공이었고, 
 박신양, 김상중은 함게  공연하던 후배였다고. 
 
 영화 한편 출연로가 2억원이 훨씬 넘고, 광고로 제법 돈도 많이 벌었을 듯싶은데, 
 그는 여전히 보통 사람 생활을 고수한다.  
 
 "옷도 협찬 받지요. 머리카락도 원래 갈색이라 염색 안 해도 되죠.돈이 안 들어요" 
 
 원래 물건 욕심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변명이지만, 주위사람들은 안다.  
 돈벌어서 부모님께 빌딩 지어 선물하겠다는 그의 꿈이 착착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한달 용돈도 2백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천차만별.  차도 아직 국산 크레도스를 
 기사 없이 손수 몰고 다닌다.  유일한  취미는 낚시.  그는 틈만 나면 소양호에 
 가서 텐트를 치고, 낚시줄을  던진다.  
 
 이때 남들은 그가 인생을 낚는다고 농담하지만, 본인은 일생각도 안나고, 
 무념무상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 좋다고 MBC 탤런트 입사동기인 감우성은 
 그의 캠핑 파트너.  '우린 서로 생각하는 게 비슷하거든요'
 
 미혼여성들 사이에서 '남편감 1순위'로  꼽히는 한석규의 실제 연애관은  어떨까? 
 답은 의외였다.  
 
 '저는 앞으로 가족이 될 사람의 책임과 의무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저랑 가치관이 
 
 비슷하고 공통적인 면이 많으면 좋겠죠' 학교 다닐 때도 여자친구가 많았느냐는 
 질문엔 '전혀 아니었다'고 대답.  
 
 그의 대학시절은 남보다 우울했다고 한다.  '젊음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그는 심한 가슴앓이를 한 것 같아 보였다.  항상 스스로 '나는 무엇인가?'  묻고 
 연구하는 타입이라 연애에 몰두할 여유가 그에겐 없었다. 
 
 물론 한석규도 동국대 연극영화과 다니면서 짝사랑이라는 것을 해봤다. 상대가 
 누군가에 대해선 노코멘트.  어렸을  때 이상형으로 꼽았던 연예인은  
 미국 여배우 조디 포스터.  오똑한 코가 예뻐 보였단다.  
 
 얼만 전 영화 주간지 인터뷰에  실렸던 유치원 동창과 근간 결혼한다는 기사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딱 시치미 뗐다.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해 조금만이라도 
 가르쳐 달라고 사정해도 빙그레 미소만 지으며 묵묵부답.  
 
 대신 슬쩍 말을  흘렸다.  "독신주의는 아니에요.  아무도 몰래 결혼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의 결혼이 다가온 건 분명한 듯.
 
 ● 우리 영화 든든한 대들보 ●
 
 97년은 한석규가 영화판에 들어온지 3년째 되는 해.  처음 충무로 사람들은 흔히 
 TV스타들이 그러듯이, 어쩌다 한 편 찍고 드라마로 돌아가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출연한 <닥터봉>, <은행나무침대>가 흥행에 성공해도 운이 억세게
 좋은 게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초록물고기> <넘버3> <접속>으로 이어지는 
 사실적인 그의 연기에 비평가들조차 찬탄을 아끼지 않을 정도.
 
 그의 연기는 강렬하게 어필하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디테일에 강한 세심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자연스런 공감을 준다는 것이 장점.  마침내 올 대종상 남우주연상도 
 그에게 주어졌다.  이제  한국영화의 미래는 한석규에게 달려 있다는 소리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 현실 속에 '개런티(한 편에 2억원 이상)를 너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냐?' 는 그가 최근에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  
 
 그는 여기에 자신 있게 답했다. "내게 투자한 사람들에게 그 이상으로 돌려주겠다" 
 
 연기할 때면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기 때문에 전혀 지치는 것을 못 느낀다는 
 연기광, 한석규. '당신 때문에 한국영화를 보게  됐다'는 팬레터를 받을때가 
 가장  흐뭇하단다.  관객들에게 6천원 극장 값이 전혀 아깝지 않게  연기하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  올  겨울엔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잔잔하게 스며드는 
 슬픈 사랑 얘기를 선보이겠다고 쎄씨 독자들에게 약속했다.
 
 
 ♣한석규 출연작 감상법♣
 
 - 닥터봉(95년)
 
 영화 데뷔작.  당시 유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하나.  이  영화를 통해 김혜수는
 
 '흥행 안되는 여배우'라는 꼬리표를 뗐다. 닥터봉이 그 아들과 나누는  대사는 
 정말 감칠맛. 일상적인 면에서도 세심한 연기를 펼치는 그에게서 현재 한국영화 
 흥행수표가 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 은행나무침대(96년)
 
 극중에서 한석규는 천년을 왔다갔다하면서 수현과 궁중악사, 1인 2역을  감당했다. 
 
 관객 동원에서는 성공했지만 한석규 본인의 연기면에선 실패작.  
 너무 계산을 많이해서 눈에 보이는 연기를 했다고 반성한다.
 
 - 초록물고기(97년)
 
 그는 가족의 의미를 관객에게 다시 깨우치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막동이로 변신한 그는 연기면에서 일취월장, 진짜 배우 이미지로 관객에게 성큼  
 다가섰다.  흥행면에선 다른 작품에 비해 실패했지만, 그의 잔잔한 연기로 
 영화 보는 재미가 있다.
 
 - 넘버3(97년)
 
 아주 강력한 사회고발 메시지를 유머로 포장한 영화.  난생 처음 가죽 재킷에 
 가발을  쓰고, 아주 못된 양아치 건달을 연기했다.  그는 다 본 후에 관객들에게 
 '맞아, 시원하다'는 감정을 주고 싶었다고.
 
 - 접속(97년)
 
 원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가 멜로 영화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고. 요즘 문화, PC통신을 소재로 혀대인의 단절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석규에 따르면 이 영화에선 전도연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신은 그저 뒷받침만 했을 뿐이라고.
 
 

                                                     - 글 김은주 기자

                                                    <월간 Ceci 11월호,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