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곽경택, 안권태

출연 : 한석규(백성찬), 차승원(안현민)

상영시간 : 101분 별점 : ★★★☆

한마디로 : 연기와 스타일, 아름다운 두 남자의 대결

100전 99승 1패의 범인 검거율을 자랑하는 형사반장 백성찬. 더 이상 목표가 없다. 사표 쓰고 벌레 잡는 회사에 취직하려 한다. “벌레는 변호사 사서 풀려나는 일 없고, 한 번 잡으면 끝이니까”가 그의 벌레잡기에 대한 ‘형사적 생각’이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풀려간다.

대낮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십억원 현금 수송차량 강탈 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백성찬의 이름으로. 한마디로 백성찬에게 ‘너 능력 있으면 나 잡아봐라’식의 도전장이다. 사표를 보류한 백 반장은 그와의 대결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2라운드. 제주도 공항에서 밀수 금괴 600kg이 들어온다는 것. 정보를 제보받고 진을 친 백성찬 앞에서 보란 듯이 범인들은 금괴 600kg을 갖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두 번의 대결에서 녹다운된 백 반장은 범인이 MBA 출신 머리 좋은 안현민임을 알게 된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간파한 백 반장은 처음부터 다시 사건을 점검한다.

“왜, 무슨 이유로 범인은 나를 끌어들인 것일까. 도대체 체스판의 말로 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한 백 반장은 안현민의 진정한 목표가 자신에게 1패를 안긴 부도덕한 사업가 김 사장임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정도의 시나리오라면 영화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확실한 캐릭터와 그 역할을 살아 숨 쉬게 할 배우가 한석규, 차승원이라면. 애초 이 영화의 연출은 신하균, 원빈 주연의 ‘우리 형’을 만든 안권태 감독.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범생 형과 말썽꾼 동생 사이에 벌어지는 질투와 숨은 애정을 잘 표출했던 안 감독이다.

하지만 가족과 형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교집합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심리 변화에 특장을 발휘했던 안 감독이 이 영화의 어디까지 손을 댔는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중간에 곽경택 감독이 투입되었다.

‘친구’ ‘태풍’ ‘사랑’으로 두 남자의 선 굵은 의리와 남자다움에 한 수 접는 승복의 묘미를 잘 다뤄내는 곽 감독은 당연히 이 영화의 줄기를 한석규와 차승원의 대결과 교감으로 이끌었다. 미루어 짐작건대 애초의 영화 구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디테일에서의 변화보다는 액션, 대결구도, 스피드에서 곽 감독의 연출 손길이 닿았을 것이다.

영화는 매우 스피드하다. 한 씬마다 새로운 사실과 그에 따른 사건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 역시 질질 끌지 않고 등장인물 간의 인과관계와 그들에게 부여된 선과 악의 캐릭터를 빼놓지 않고 치고 간다. 액션 역시 고생과 노력의 흔적이 화면에 드러나며 한석규의 연기력은 역시 명불허전 그 자체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든다. 아주 예민한 음감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오케스트라 각각의 악기가 내는 소리를, 드럼연주자의 스틱에서 울리는 크고 작은 북의 소리를 구별해 낼 수 없다. 작은 소리들이 모여 내는 조화로움을 감상할 뿐이다.

영화는 시각, 청각 그리고 캐릭터와 관객의 대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범죄물의 경우,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연출자의 승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원, 드럼의 북 중에서 어떤 것을 생략하고 어떤 것을 살려야 할지에 대한 선택, 그것을 결정하는 연출자의 동물적 감각이 조금은 아쉽다. 잘 차려진 음식임에도 딱 꼬집을 수 없는 한 가지 향료의 부족, ‘그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인 셈이다.

[송용덕 영화 칼럼니스트]